안녕,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넘겨보다 너의 프로필 사진을 보게 됐어.
넌 여전히 잔잔히 지내고 있는 것 같더라.
난 가끔 너의 잔잔함이 그리워.
너랑 연애하기 전 무척 더운 여름날,
친구들과 놀다가 내가 사는 동네 근처라고 무작정 혼자 아이스크림 사들고 온 네가 가끔 꿈에 나와.
아이스크림 봉투를 들고 내 옆에서 울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그 꿈을 꾼 하루는 하루종일 정신이 멍한 것 같아.
너와 헤어지고 너의 생일날 생일축하를 핑계로 너에게 연락한 날 넌 반가워했었지?
나도 그땐 마음이 편해서 좋았는데, 점점 네가 다른 사람과 잘 돼 가는 모습을 보니까 그제야 알겠더라.
너와의 인연을 끝내야겠다고.
그땐 널 내가 좋아했었나 봐,
너의 사랑이 그리워서 연락한 건가 봐.
너에게 난 참 나쁜 사람이야.
연애할 때 우울증이 심했던 날 넌 늘 보듬어줬는데, 난 너의 그 손길이 참 힘들었어.
날 보러 먼 길을 찾아오던 네가,
날 만날 때면 작게라도 꽃을 사 오던 네가,
내가 갖고 싶다 하는 걸 늘 선물로 주던 네가,
밤에 쉽게 잠 못 드는 날 위해 새벽까지 전화해 주던 네가.
처음엔 행복했지만, 점점 무서웠어.
점점 삶을 끝내려는 나에게 잘해주는 네가 짜증이 났어.
그래서 헤어졌는데도 그 손길이 그립더라.
아직도 난 그때와 똑같이 살고 있어, 아니 지금 더 힘든 것 같아.
넌 그때보다 잘 지내고 있니? 그랬으면 좋겠다.
여전히 가끔은 너의 연락을 기다리지만,
네가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 글이 너에게 닿길 바라고 써봐.
그냥 그때 그 시절을 잊고 잘 살아줘.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잊고 살아줘.
나는 정작 네가 힘들 때 외면하던 사람이었으니까.
네가 회사에서 힘들어 울다가 나에게 전화했을 때, 내 마음이 힘들다고 그 전화를 무시했었어.
그러고 며칠 뒤에 우리가 헤어져서 그런지 그날이 계속 떠오르더라.
그 정도로 난 나쁜 사람이니까, 네가 힘들지 않게 잊혔으면 좋겠어.
나도 너라는 사람을 천천히 지워볼게.
잘 지내, 행복하길 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