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안녕하세요. 익명의 이야기를 보관하는 Archive99입니다. 
 
이번 달, 사서함에는  총 163통의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중 가장 많이 펼쳐진 이달의 편지와, 편지 옆에 놓아둔 이달의 시 한 편을 엮어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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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3번째 편지 
 𝑡𝑜. j 나를 좋아해달라고 나에게 관심 가져달라고 바라는 건 나의 욕심일까 왜 나는 너를 놓지 못할까 종종 일터에서 마주쳐서 그런가   하지만 난 너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친해질 수 있겠어 직장이 아닌 취미생활 하는 곳이었으면 편하게 서로 친해질 수 있었을까   더 가까워지지 못해서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 이런 내 마음을 죽어도 모르겠지 어쩌면 모르는 게 나을지도 
 𝑓𝑟𝑜𝑚. 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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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1번째 편지 
 𝑡𝑜. K 
 내 첫사랑이자, 내가 가장 후회하는 사람. 마음이 무너져 가는 네 앞에서 한없이 이기적이었던 내가, 시간이 이렇게 흐른 뒤에야 후회하며 진심을 꺼낸다는 게 참 우습고 미안하다. 
 내가 준 상처가 너무 커서인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아픔이 내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 같아. 어느 날 갑자기 네 얼굴이 떠오르거나, 우연히 마주쳤을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파. 잠들기 전, 우연히 흘러나온 노래 한 소절에 네 표정, 목소리, 작은 손까지 선명히 떠올라. 
 여전히 궁금해. 요즘 아픈 곳은 없는지, 힘든 건 없는지. 늘 미래를 걱정하던 너였는데, 여전히 불안하지는 않은지. 내 질문에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참 낯설고 아프다. 
 너는 참 예쁜 사람이었어. 때로는 불안해했지만 그만큼 깊고 섬세한 사람이었지. 사랑이 뭔지도 몰랐던 내가 너를 만나 사랑을 배웠고, 이별이 뭔지도 몰랐던 내가 너를 잃으며 아픔을 배웠어. 그 모든 순간이 내겐 너무 소중했어. 
 다 끝난 이야기인데도 이렇게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는 게 신기해. 마음 한켠이 자꾸만 조용히 저려오는 건 왜일까. 가끔은 생각해. 우리가 조금 더 성숙했을 때 만났다면, 조금만 늦게 천천히 사랑했다면, 지금의 우리는 달라졌을까. 
 이 말 참 오랜만에 하는 것 같은데, 정말 많이 사랑해.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내 첫사랑이었다고. 그리고 그 시절의 우리, 참 아름답고 예뻤다고. 
 잘 지내, 내 첫사랑이 편지가 당신의 하루 끝에 닿기를
 
 𝐩.𝐬 너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𝑓𝑟𝑜𝑚. 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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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72번째 편지 
 𝑡𝑜. /0911 
 
너에게 했던‘그냥’이라는 말은 사실 널 좋아한다는 뜻이었어. 매 순간 마음을 꾹 눌러가며 내뱉은, 조심스러운 말이었어. 
 네가“왜 여기 있냐”고 물었을 때, 사실은“그냥”이 아니라 네가 보고 싶어서 기다렸다고 말하고 싶었어. 네가“나 재미없지 않냐”면서“왜 내 얘기를 그렇게 잘 들어주냐”고 물었을 때도, 그저“그냥”이 아니라 널 더 알고 싶어서라고 대답하고 싶었어. 너랑 왜 친구하냐는 질문에도“그냥”이 아니라 네가 너무 좋아서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 
 넌 모르겠지만 내“그냥”들 속에는 닿지 못한 말과 마음이 가득했어. 대답하기 귀찮아서도, 네 얘기를 듣기 싫어서도 아니었어. 그 마음을 솔직히 꺼내면 이런 대화마저 끝나버릴까 봐, 그저 내 마음을 일축해 버린 것뿐이었어. 
 언젠가 아주,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 나도 널 아무렇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내“그냥”들 속에 담긴 모든 마음을 너에게 말해줄게. 
 우리 그때까지 잘 지내자.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𝑓𝑟𝑜𝑚.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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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하늘에서도 덥고 땅에서는 춥다   새들은 높고 개미핥기는 낮다 식물은 더욱 낮다   덥다고 놀기만 한 것은 아니다 높으면 추워진다     바깥으로부터 체온을 지키려는 항온동물에 관한 이야기다     여름과 저녁에는 높고 겨울과 새벽에는 낮다   여름생은 덥고, 명망과 출가처럼 너는 대체로 덥다   겨울생은 춥고, 망명과 가출은 춥다 너는 늘 춥다     체온은 접촉하면서 흐른다 높은 데서 낮은 데로     가까운 몸은 높고 먼 몸은 낮다   사로잡힌 말은 높고 놓친 문장은 낮다   가깝다고 높은 것만은 아니다 사로잡히면 바닥을 친다     마음도 그렇다 죽지 않으려고 변온하는 것이다     눈에 눈에 눈이 내리는데 더웠다   여름에서야 눈에 눈에 녹지 않는 눈으로 추웠다 
   정끝별, 「모든 것들의 온도」,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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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번 달, 사서함에는 
가장 짧은 편지 14자,  가장 긴 편지 1,967자가 기록되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첫사랑, 여름, 고백, 생일, 응원이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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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Letter Room 열람권(7일권) 추가 - 익명의 편지집 『Letter Book Vol.1』  밀리의 서재,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24 오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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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사랑했던 사람에게 전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나요? 
 당신의 꾸밈없는 진심이 기억되고, 기록될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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