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전히 지독하게도 사랑인 사람아.
오랜만이야. 우리는 결국 다시 닿을 수 없는 시간을 만나버린 듯해. 그게 내가 더는 시를 쓰지 않는 이유겠지.
너를 위한 시를 참 많이도 적었었는데 기억해? 난 아직도 우리가 시를 쓰며 웃던 밤들을 기억해. 너랑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은 내가 참 좋아하는 시간이었는데. 그 순간만큼 동화 같은 순간이 없었어. 너도 내 시를 좋아했겠지만, 나는 네 시를 사랑했단다. 너의 시들은 너와 참 많이 닮아있었거든.
참 웃기지 못 이겨 떨어져 간 나인데, 우리를 제일 오래 기억하는 것도 나라는 게. 난 아직도 우리가 함께 듣던 노래를 끝까지 듣지 못해. 네가 적어 내려 간 나를 웃으며 보지 못해. 다 잊었다, 지웠다 말해도 넌 여전히 내 가장 아픈 사랑이야.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길래 이러는지. 나조차도 내 마음의 크기를 아직도 알지 못해. 나를 평생 잊지 못할 거란 너의 흐르듯 가벼운 말에 난 아직도 매달려. 그때 너의 목소리, 레코드 플레이어로 흐르던 음악, 그 분위기, 공기, 날씨 그 하나도 잊지 못해.
네가 제일 좋아하던 나의 부분이 그 레코드 플레이어였을까, 아님 나의 헌신이었을까. 그 사람에게선 그 모든 부분이 채워졌어? 아님 그 이상이었어? 그러길 바라다가도 난 또 이기적 이게도 아니길 바라. 어느 자그마한 부분에선 내가 생각나길 바라. 아, 난 마지막이 끝나서도 참, 지저분하네.
잘 지내지? 그렇다면 참 다행이겠지. 너를 사랑하는 나는 그 자리에서 여전히 너를 벅차게 사랑한단다. 그러니 어디서든 행복하길 바라. 진심이야.
네 얼굴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네 웃는 얼굴이 기억이 안 나. 내가 참 좋아하는 얼굴이었는데. 목소리부터 하나하나 지워져 가는 네가 난 사무치게 슬프기만 해.
그리고 너에겐 참 많이 미안해. 미안해.
평생 네게 닿을 수 없는 보고 싶다는 말을 끝으로 남기며.
p.s 급박히 끝난 분위기에 편지가 우리에겐 참 잘 어울려. |